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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가 없다 줄거리와 총평

by hansamsky 2025. 10. 6.

어쩔수가 없다

1. 줄거리

  • 《어쩔 수가 없다》는 평범한 가장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으면서 시작된다. 만수(이병헌)**는 2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느닷없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노력과 성실이 통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는 가족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세상은 냉정하다. 나이 든 가장에게 남은 일자리는 거의 없다. 젊은 세대의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이 그를 대체하고, 그는 점점 사회의 가장자리에 밀려난다.
  • 만수의 아내 미리(손예진)는 그를 위로하려 애쓰지만, 생활비는 줄고 가족의 대화는 점점 사라진다. 만수는 새로운 일터를 찾아보지만 면접마다 좌절한다. 그의 시선에는 자신보다 젊고 능력 있어 보이는 경쟁자들만 가득하다. 이때부터 영화는 현실적인 가족극에서 점점 기괴한 상징극으로 옮겨간다. 만수는 꿈과 현실을 오가며 자신을 대체한 기계들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기계들 사이에서 자신이 점점 부품처럼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는다.
  • 후반부에는 자동화된 공장의 거대한 풍경이 등장한다. 기계 팔이 쉼 없이 움직이고, 컨베이어 벨트는 인간의 손길 없이 돌아간다. 그 한가운데서 만수는 혼자 일하고 있다. 땀을 흘리지만 아무도 그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일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이미 시스템에 흡수된 존재”이기도 하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할 세상의 단면을 담고 있다.

2. 연출과 특징

  • 감독은 현실적인 배경에 환상적 불안감을 덧입힌다. 영화의 톤은 일정하지 않다. 초반에는 사회적 리얼리즘, 중반 이후에는 초현실적 기괴함으로 넘어간다. 회색빛 조명과 차가운 공장음, 그리고 반복되는 “어쩔 수 없다”는 대사가 시스템 속 인간의 무력감을 상징한다.
  • 이병헌은 영화 전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말없이 앉아 있는 얼굴, 숨을 고르는 짧은 눈빛, 그런 디테일 하나로 인물의 내면을 전부 표현한다. 특히 후반부 자동화 공장 신에서는 그의 연기가 거의 대사 없이도 인간의 고독과 체념을 완벽히 보여준다.
  • 손예진 역시 남편을 이해하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존재는 영화가 너무 어둡게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균형점이다. 조연 배우들도 한몫한다. 회사 상사(이성민), 동료(박희순),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다. 모두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벽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 연출적으로 보면 영화는 다소 불친절하다. 설명이 부족하고, 인물의 행동 동기가 불분명할 때도 많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영화의 주제와 닮아 있다. 세상은 늘 불합리하고, 인간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결국 감독은 이 불완전한 리듬으로 “우리가 사는 현실 자체가 이미 허무맹랑하다”고 말하고 있다.

3. 총평

  •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처음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스토리가 너무 기괴하고, 때로는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명확한 메시지를 잡기 어렵고, 상징이 많아 해석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계속 남았다. 그 이유는 하나 —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 이병헌은 이번에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였다. 그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가장을 연민이나 과장 없이 그려낸다. 그의 절실함, 묵묵함, 그리고 끝내 터져 나오는 체념의 표정은 내가 오래 기억한 장면 중 하나였다. 손예진과 조연진의 연기 호흡도 훌륭했다.
    대사가 많지 않아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가족의 무너짐과 사랑의 잔존을 동시에 표현했다.
  • 나는 영화를 보며 “이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겐 너무 철학적이고 지루할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겐 기괴하고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가장의 절실함”이라는 부분이 그랬다.
    가족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스스로를 지워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 낯설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 — 자동화 공장에서 혼자 일하는 만수의 모습 — 그건 단순히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우리 모두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장면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어쩌면 우리가 다른 사람의 밥그릇을 빼앗지 않아도,
      결국엔 자연스럽게 밥그릇을 잃게 되는 시대가 오는 게 아닐까?”
  •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효율이 감정을 지워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건 더 치열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그걸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컷, 혼자 남은 인간의 모습을 통해 그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단순히 어려운 영화로 보지 않는다. 기괴하지만 현실적이고, 낯설지만 익숙하다. 결국 《어쩔 수ㄱ 없다》는 “세상은 변하고, 인간은 그 안에서 버티며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이야기다.
  • 불편함 속에서도 마음이 남는 이유는, 그 ‘어쩔 수 없음’ 속에 우리가 모두 조금씩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